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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의록, 아이들에게 물려 줄 가장 큰 유산”

작성 :
관리자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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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의록, 아이들에게 물려 줄 가장 큰 유산”

최승규·문경자 씨 가족을 만나다(면천면 성상리) 

 

2019.05.23(목) 09:55:11 | 당진시대 (이메일주소:zelkova87@hanmail.net<br />
               	 zelkova87@hanmail.net)

 

매달 가족회의 통해 집안 대소사부터 소소한 일상 소통 

어른부터 아이까지 평등하고 민주적인 대화 “꼭 시작해보세요!”

“가족회의록, 아이들에게 물려 줄 가장 큰 유산” 1


“음식투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녁시간엔 인터넷쇼핑 자제 요청함”
“양말을 뒤집어서 벗지 않았으므로 개선되었음”
“잔소리를 많이 해서 미안하다. 잔소리를 줄이겠다”
“친구들이 놀러온 날 일하는 도중에 맛있는 것을 잔뜩 사다줘서 고마웠다”

가족회의를 했던 회의록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당시 고민스러웠던 일들이나 서로에게 마음이 상했던 일들도 지금 돌이켜보면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는 밑그림이 됐다.

면천면 성상리에 살고 있는 최승규·문경자(42) 씨 가족은 매달 가족회의를 연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회의에 참석했는지, 회의 주제와 안건은 물론이고, 건의사항과 개선사항, 사과하기, 칭찬하기, 그리고 가족여행과 저축액까지 가족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집을 짓는 문제와 같이 큰 화두 뿐만 아니라 방청소 문제나 서로의 말투 등 아주 사소한 일상까지 모두 활자로 남았다.


“이것은 가족회의에서 얘기합시다!”

인천 출신의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각자의 지인들과 함께 나간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 1년 정도 연애한 뒤 결혼해 송빈이(면천초5)와 태율이(면천초3)를 낳았다. 결혼한 지 4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처음엔 두 사람만 회의하다보니 10분 만에 끝나기도 했고, 별다른 내용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중도에 그만 두는 일 없이 꾸준히 회의를 이어왔다. 지금은 두 아이들과, 함께 사는 아버지(최병천)까지 발언하다 보면 1~2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

가족회의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가족 간의 소통과 대화다. 대화가 많은 가정은 불화가 생길 일이 없다. 부부는 물론이고, 아이들과 아버지까지 가족 구성원이 모두 평등하게 발언권을 갖고 민주적으로 대화한다.

일상에서 다툴 일도 “이것은 가족회의에서 얘기합시다!”라고 하면 가족회의를 열 때까지 숨을 고를 수 있어 감정적으로 대하기 보다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정작 가족회의 때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냥 지나가는 사소한 문제들 또한 자연스럽게 걸러진다.


아이들 자기표현력 길러 교육적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것을 배워 아이들의 자기표현력이 남다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신에게 발언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안다. 부모와 어른에게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을 듣는 게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주체로서 평등하게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문경자 씨는 “송빈이가 먼저 가족회의 안건을 제안했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회의 문화 또한 성숙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송빈이는 “가족회의를 통해 사소한 것이라도 서로에게 미안한 점과 칭찬할 점을 이야기 한다”며 “가족들이 함께 대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동생 태율이 역시 “가족들에게 바라는 점을 회의에서 건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가족회의록, 아이들에게 물려 줄 가장 큰 유산” 2


책으로 엮은 가족회의록

최승규·문경자 씨 부부는 이렇게 차곡차곡 기록한 가족회의 내용을 모아 지난 2012년말 한 권의 책으로 발행했다. 주변에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권하면서 선물로 주기도 했다고. 내년에는 가족회의 100회를 맞이해 해외여행을 가고, 두 번째 회의록을 발행할 예정이다.

“가족회의록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어요. 거창하진 않지만 꾸준함 속에 시간을 쌓아가야 해요.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의 대화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우리 아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를 때 이 가족회의록을 들춰보면, 당시에 내 부모는 무슨 고민을 했었는지,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승규)


자연과 가까이…봉사하는 삶

한편 결혼 후 남편의 직장 때문에 인천에서 당진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이들은 면천읍성 인근 고즈넉한 마을에 살고 있다. 아이들은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시간이 많다.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작은 시골마을에서 사는 게 불편할 법도 하지만, 여유로운 전원의 삶이 그저 감사하단다.

특히 면천진달래가족봉사단 단장이기도 한 문경자 씨는 가족들과 함께 꾸준히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역의 경로당을 찾아가 어르신들의 머리를 염색해주고, 마을회관 근처에서 환경정화활동도 한다.

문경자 씨는 “공부와 경쟁에 좌우되기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우고자 한다”며 “인성이 바른 아이로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가족’이란?

최승규: 가족은 ‘친구’다. 오래 함께 어울려 사는 친구 같은 존재!
문경자: 내가 살아가는 힘! 가족이 있어 삶이 행복하고 즐겁다. 가족이 없다면 모든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최송빈: 가족은 ‘나’다. 가족이 없다면 나도 있을 수 없으니까. ‘나’라는 존재가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없듯이, 가족이 없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최태율: 가족은 ‘행복한 것’이다! 가족이 있어야 행복하다. 혼날 때도 있지만 내가 잘못한 걸 고쳐주는 거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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